책 소개
13만 장의 그림을 그리는 동안
평생 따라다녔던 허영만 화백의 화두 ‘얼굴’의 비밀!
사람의 얼굴을 보고 과거와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
한편으로는 위험한 일이다. 허영만 화백이 그런 일을 자초한 데는 그
럴 만한 이유가 있다.
평생을 만화 그리는 것 외에는 딴 데로 눈 돌려본 적 없는 허영만 화
백이 그려낸 만화 인물은 대한민국 국민 수보다 더 많을 것이다. 허영
만 만화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현장성인 만큼 그의 작품 속 인물들
은 대부분 실존 인물인 경우가 많다. 그만큼 사람의 얼굴, 사람의 이
야기는 허영만 화백 인생의 화두이며, 밑천이기도 하다.
그 인물들의 얼굴을 지면에 다시 살려내면서 작가는 어느 때부터인가
고민에 빠지게 된다.
사람의 인생이란 무엇인가? 사람의 운명은 타고나는 것인가? 왜 누구
는 귀하게 또 누구는 천하게 살아가는가? 왜 누구는 부자로 또 누구
는 빈 쌀독 때문에 근심 그칠 날이 없는 것인가? 아름답고, 선하고,
착하다는 것은 무엇인가? 노력하면 인생이 달라지는가? 그 인생을 좌
우하는 결정적인 단서는 무엇인가?
30여 년 마음에 가장 큰 의문으로 남았던 사람의 얼굴과 인생에 작가
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. 사람의 생김새와 운명에 대
해 다루는 관상은 그래서 작가에게 더없이 흥미롭고, 탐구해볼 만한
분야이다.
34년의 기다림, 3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얼굴의 비밀을 풀어가는 허
영만 화백의 여정이 시작되었다. 공부를 통해 작가가 얻은 결론은 관
상은 변하고 운도 변한다는 것. 타고난 관상은 어쩔 수 없지만 자신
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변한다는 얘기다.
‘원고를 만들기 위해 이보다 많은 공부를 한 적은 없었다’고 말하
는 허영만 화백. 어쩌면 『꼴』을 그리기 위해 그동안 그 많은 그림
을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는지도 모른다.
진솔한 인생관과 진실한 삶의 지혜를 다듬어가는
처세의 학문, 관상
인간의 운명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의 대상이었
다. 특히 관상은 학문으로서의 가치 또한 매우 높아 오랫동안 많은 사
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. 관상은 대개 입신공명이나 길흉화복을
점치는 하찮은 방술로 인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단
순하지 않다. 크게는 정치 관계에서 작게는 처세, 사람을 쓰고 친구
를 사귀는 일에 이르기까지 그 용도는 매우 다양하고 방대하다. 관상
은 바로 우리 인생에 있어 실용․실천 철학으로, 진솔한 인생관과 진실
한 삶의 지혜를 다듬어나갈 수 있는 처세의 학문이라 할 수 있다.
흔히들 사람의 인상을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고는 한다. 실제로 실생
활에서는 사람의 외모를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고, 그 평
가는 작은 일에서부터 큰일까지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. 사람의
외형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까지 읽을 줄 안다면 개인의
취향이나 잘못된 근거로 사람을 평가하고, 대사를 그르치는 일은 없
을 것이다.
허영만 화백의 만화로 새롭게 조명되는 사람의 얼굴, 관상의 세계
『꼴』은 ‘사람의 얼굴을 통해 마음을 읽는다’는 대전제에서 출발한
다. 관상이 자칫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거나 외모에 대한 잘못된 인식
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. 그러나 겉모습과 마음
은 결코 다르지 않고, 마음의 변화와 관상의 변화를 동시에 추구해야
한다는 것이 독자보다 먼저 관상을 접한 작가의 깨달음이다. 결국 허
영만 화백의 『꼴』은 심법, 즉 마음의 지혜를 다루는 만화가 될 것이
다.